Tax & Retirement Blog
세금과 은퇴 블로그
고목에서 새순이
March 4, 2023
3월이 되면 집 뒷뜰에 자스민 꽃이 피기 시작한다. 겨울내 시커먼 덩굴로 있다가 그 작고 하얀 꽃이 만발하면 그윽하게 감미로운 향기를 발산한다. 99세에 별세한 나의 장모님께서 돌아가시기 몇해전 어느봄날, 뒷뜰에 활짝핀 자스민 꽃을 바라보시며 독백처럼 말씀하셨다. "내가 저꽃을 몇번이나 더 보겠나...." 나도 멀지않아 장모님의 행로를 뒤 따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간은 직진해도 이세상의 모든 시겟바늘은 멈출것이다. 19세기 최고의 시인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1882)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은 오랜 투병생활을 하다가 외롭게 숨졌고 두번째 부인은 부엌에서 화재 발생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롱펠로의 시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임종을 앞둔 롱펠로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당신의 작품에는 진한 인생의 향기가 담겨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롱펠로는 마당의 고목 사과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Read more
요세미티의 겨울
February 3, 2023
새해 연초에 딸네가족과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3박4일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공원남쪽입구에서 30분정도 거리에 있는 파인즈리조트(The Pines Resort)의 통나무집 Chalet 둘을 빌렸다. 이 파인즈리조트는 배스레이크(Bass Lake)에 위치해 있는데, 동포 최규선씨가 소유, 운영하고 있다. 호숫가 눈내린 선착장과 모래사장이 훤히보이는 곳에 룸을 주었다. 눈내린 겨울 호숫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눈사람 만들기. 손주들과 열심히 만들어 봤는데 결과물은 표주박처럼 나왔다. 저녁에는 샬레에 돌아가서 설떡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거실에 장작불을 지필 수 있는 화로가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불을 지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튿날은 Yosemite Valley로 드라이브를 했다. 입구 책포인트에서 타이어체인을 끼고 꼬불꼬불 길을 한시간쯤 달렸다. 긴 터널끝 전망대가있는 깊고 깊은 Tunnel View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매번 푸르른 발리만 봐오다 눈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이 장관에 말을 잃을 정도였다. 눈이 쌓이고 나니 모든게 새롭게 보였다. 한 겨울인데도 … Read more
오늘은 내일이에요
January 5, 2023
영화 '사랑의 블랙홀' (원제 Groundhog Day- 1993년작)은 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걸작중 하나로 꼽힌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 아침,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남자주인공 Phil Connors (Bill Murray 분)의 이야기다. 그는 삐딱한 불평꾼이자 잘나가는 기상 캐스터다. 취재를 위해 출장간 작은 마을에 고립되어 다음날 그가 눈을 뜬 시각은 새 아침 6시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자고 나도 또 어제와 똑 같이 되풀이되는 오늘, 그 다음날도 또 똑같은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오늘만이 무한 반복되는 이상한 나라에 갇혀 버렸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오늘'에 그는 절망한다. 몇차례 자살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막 살아 보기로 한다. 여자를 꾀기도 하고, 돈을 훔쳐 흥청망청 쓰는등 나쁜짓을 일삼는다. 그러다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 보기로 한다. '오늘' 무슨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있는 그는 자신의 신통력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쓴다.… Read more
초 가을, 알래스카
October 31, 2022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도 지나고 날씨가 제법 쌀쌀한 9월 중순에 알래스카를 찾았다. 부동산 브로크인 지인이 Valdez에 매물로나온 호텔을 답사하기위해 동행을 요청하여 일과 관광을 겹친 여행이었다. Anchorage 에서 Valdez 까지는 약 300 마일, 드라이빙으로 6시간 걸리는 꽤 먼 거리였다. 알래스카 1번 Glenn Hyway와 첫 고속도로 인 리처드슨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 해안가 Valdez로 달리는 경관은 알래스카 대자연의 장엄함과 광활함을 만끼 할수있는 드라이브였다. 단풍을 보면 편안함이 멀리 설산을 보면 아늑함이 느껴졌다. 하이웨이 양 옆에깔린 야생화 fireweeds 어느곳에든 볼 수 있었다. 자작나무들의 단풍, 가준비 나무들의 푸르름이 한테 어울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주, 한반도의 7배나되는 알래스카는 1867년 당시 국무장관이던 William Seward가 주관하여 러시아 제국으로 부터 720만 달러에 매입한 '사건' 이었다. 흔히 Alaska Purchase로 명명하는 이 '사건'은 당시에는 자원도 없고 온통 얼어붙은 황무지를… Read more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October 7, 2022
멀리건은 골프용어중의 하나이다. 첫티샷이 잘못되었을때, 벌타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을 말한다. 자기보다 잘치는 골퍼들과 경기를 할때 다시칠 수 있는 기회를 매번달라고 요청한 멀리건 (John A 'Buddy' Mulligan) 이란사람의 이름에서 유래 되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도 벌타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선택은 한번뿐이고 그시간은 냉정하게도 돌아오지 않는데도. 지난달에는 Rain City 별명이 붙은 씨애틀에 다녀왔다. 미주한인 CPA들이 뫃여 오전에는 세미나 오후는 관광, 골프등으로 일년에 한번씩 있는 모임인데 코로나 펜데믹으로 올해는 3년만에 씨애틀에서 개최되었다. 아들뻘 후배와 골프를 치면서 이런질문을 받았다. "선배님, 조언 좀 구하고싶습니다. 은퇴하신 후 현재 행복하신지요?" 행복한 은퇴에 대한 질문인듯. 열정이 생기고 아침마다 활력이 돋는 일은 없지만 나름대로 적당히… Read more
황혼전쟁
September 23, 2022
해가 지고 어스름해 질 때와 어스름한 빛을 '황혼'이라 한다. 지난달 칼럼에서는 젊음 주는 묘약 '황혼 로맨스'에 대한 콘텐츠로 노후 관심사에 초점을 마추어 보았다.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어스름한 단계에 무슨 사랑이 있겠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황혼은 죽음만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은퇴 후 황혼 부부들의 갈등과 아픔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노인 부부가 함께 생존해 있는 기간이 크게 늘면서 서로 적응하지 못하며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집에 살지만 대화도 식사도 함께하지 않는 한집안 별거 생활을 하는가 하면, 뒤늦게나마 이혼을 고려하는 70대 부부도 적지 않다. 빈곤과 질환 외에 노년기 부부 갈등이 백세 시대의 또 다른 그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황혼의 전쟁이다. 은퇴 후 집안에만 있는 남편이 불편하고 남편은 화내는 아내가 낯설고 아내는 세 끼 밥 챙겨 줘야하는 남편이 성가시고 하여 이렇게 부부 갈등은 증폭되는 것이다. 은퇴 후 부부 갈등 문제는 결코… Read more
황혼 로맨스
August 2, 2022
수년전 상배한 어느 시니어 후배가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배님, 제가 처와 사별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생겨 재혼을 하고 싶은데요. 아들딸 반대가 심해 고민 중입니다."라고 했다. 선배가 "재산이 좀 있는가 보다" 했더니 "어떻게 아십니까?" 물어왔다. 선배가 이렇게 조언 했다. "부모가 갖고 있는 재산이 많으면 자녀들이 그 재산 때문에 재혼을 반대하게 되니까. 먼저 재산 정리를 끝내라. 재혼 후 쓸 재산만 남기게 되면 일이 술술 풀릴 것이다. 더 남겨 줄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주위에 황혼 로맨스를 자주 볼 수 있다. 노년에 혼자가 돼 쓸쓸한 삶을 살기보다는 새로운 동반자를 찿는 노력이 낮설지 않게 된것이다. 노인들도 나이가 들어 신체에 변화가 왔을 뿐 마음은 젊은이들과 같아 황혼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혼 로맨스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자식들이다. 자신의 부모가 다른이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싫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산 배분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혼인은 법률혼, 즉 혼인신고를 한 경우만 인정되므로 법률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100%있다. 반면 사실혼(common-law… Read more
별이 빛나는 깃발
July 5, 2022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 2017년 9월, 볼티모어 레이번스 일부 NFL 선수들이 시합에 앞서 미 국가가 연주되자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고, 코치와 다른 선수들은 선 채로 팔짱을 끼며 가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태도를 보인 일부 선수들을 향해 "개xx"라고 욕설을 퍼부어, 선수뿐 아니라 NFL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앞서, 사건의 발단은 49ers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NFL시험 경기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일어서서 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경례 할 수 없다. 나는 백인 세계에 살고 있는 한 명의 흑인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지역 한인모임 행사때 미 국가를 솔로로 부른적이 몇번 있다. 미 국가는 보통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문가도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로 악명이 높다. 많은 경우 제창을 하지않고 누군가 한 사람이 독창으로 리드하고 마지막 소절이 끝나면 박수와 환호로 끝을 맺는다. 7월은 미독립기념일이 있는 달이고 프로야구등 스포츠 경기가 많으니 미 국가를 듣고 부를 기회가 많을 것임으로 그 유래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Read more
아버지의 추억
June 3, 2022
유학 간 아들이 어느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내가 이렇게 유학까지 왔는데 아버지께 제대로 감사해 본 적이 없다. 오늘은 아버지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 갰다는 생각으로 집에 전화했다. 마침 아버지가 받았는데, 받자마자 "엄마 바꿔줄께"하여 아들이 "아니요, 오늘은 아버지하고 이야기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왜, 돈 떨어졌냐?"고 물었다. 아들은 다시 "아뇨, 아버지의 큰 은혜를 받은것 감사하고요. 아버지, 사랑해요" 했더니 이에, 아버지는 "너, 지금 술 마셨냐?" 하더라고. 어머니와는 거의 매일 전화로 소식을 주고 받는데 아버지와는 늘 무심하게 지나다가 보니 어머니만 부모 같았지 아버지는 손님처럼 여겨진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마흔 초반 때 막내로 태어났다. 대구서 한약방을 하셨는데 항상 한복을 입고 계셨다. 중학교때 친구들이 우리집에 오면 야, 넌 아버지는 어디 가시고 할아버지하고 사느냐고 묻곤 했다. 나에게 아버지란 벽과 같은 존재여셨다. 항상 나에게 엄격하셨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내가 대학다닐때 아버지 환갑 잔치를 삼일동안 하신 기억이 난다. 그 당시만 해도 육십을 넘는 환갑 잔치는 집안의 큰 행사였다. 그 나이를 훨씬 넘어선 나는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로 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듣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막내 아들인 나를 사랑하셨으리라 믿는다. 한번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 곁에서 잠들려하는데 나의 머리를 쓰담아 주신걸 기억한다. 내가 아버지와 남편과 가장이 되면서, 셋 손주의 할아버지가 된 이즈음에 그 시절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가 그리워 진다. 영화 '국제시장' (2014년작)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앞에서 하는 독백이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에,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자식과 손주들이 거실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때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들어간 덕수. 흥남부두에서 아버지는 어린 덕수의 손을 잡으며 엄마와 여동생을 꼭 지키라고 부탁했다. 아버지의 빛바랜 흑백 사진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속으로 운다. 아버지의 대물림이다. 대중가수 인순이는 수년전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아버지의 추억도 없는 인순이는 이 노래를 부르며 혹시 눈물이라도 흘릴까 눈을 부릅뜨고 불렀다한다. 그러나 끝내 관객도 울고 인순이도 울었다고. 희지 않는 피부색에 곱슬 머리를 한 어린 소녀가 거칠었던 한국의 70년대를 살아내기란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모두 털어냈으리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