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블랙홀‘ (원제 Groundhog Day- 1993년작)은 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걸작중 하나로 꼽힌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 아침,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남자주인공 Phil Connors (Bill Murray 분)의 이야기다.
그는 삐딱한 불평꾼이자 잘나가는 기상 캐스터다. 취재를 위해 출장간
작은 마을에 고립되어 다음날 그가 눈을 뜬 시각은 새 아침 6시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자고 나도 또 어제와 똑 같이 되풀이되는
오늘, 그 다음날도 또 똑같은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오늘만이 무한 반복되는 이상한 나라에 갇혀 버렸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오늘‘에 그는 절망한다.
몇차례 자살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막 살아 보기로 한다.
여자를 꾀기도 하고, 돈을 훔쳐 흥청망청 쓰는등 나쁜짓을 일삼는다.
그러다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 보기로 한다. ‘오늘‘ 무슨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있는 그는 자신의 신통력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쓴다.
노숙자에게 봉사하고 얼음조각을 배우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피아노
레슨도 한다. 사랑에 눈을 뜨니 세상도 달라진다.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
그리고 어느날,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토록 기다렸던 ‘내일‘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 Rita 와 함께 눈을 뜬 아침, 또다시 6시에
멈춰 서 있나 싶던 시계가 6시1분으로 째깍 넘어간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에 감사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영화다.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매우 교훈적이다.
2023년 새해, 남은 날수는 365일.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하루하루 그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나이를 먹을 수록 가치있는 모든 것들 중 시간 가치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남은시간을 헛되이 흘러 보내지 않고
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을 위해 가치있게 쓸것을 다짐해 보며
주인공 Phil의 마지막 말을 오래 곱씹어본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오늘은 내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