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초 이른 새벽녁이었지.
엄마가 산통(delivery pain)이 온다고 깨우길래 아빤
좀 더 자고 가자고 늦장을 부리다가 (오빠낳을때를 생각하고)
병원에 도착해서 엄마를 분만실로 보내고 아래서 접수를
마치고 올라가니 이미 네가 태어났더구나. 미시간호가
내려다보이는 병원이었지. 담당의사 말씀이 하마터면
길에서 낳을뻔 했다고.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날때 부터
그렇게 순조롭게 났지. 자라면서도 건강하고 밝게
신앙심도 깊게 잘 자라 줬어요. 그래서 아빠는 너만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았단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세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애들 키우랴 남편 챙기며 살림하랴 열심히 사는 너를 보면
아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셋 아이들의 엄마지만 남편을
포함해서 넷을 돌본다고 생각해라. 혹시라도 남편이
밖에서 안좋은 일이 있어 네게 이야기 하거든 무조건
남편편을 들어주어라. 남편을 늘 신뢰하고 사랑하고
존경하거라. 아이들에게는 지금과 같이 사랑을 덤뿍주고
건강하게 키우면된다. 내가 너한테 듣는 가장 좋은 말은
“Daddy, Everything is O.K.”이란다.
아빠가 은퇴하고 가장 행복한 때는 엄마와 오순도순 밥먹는
시간이구나. 엄마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맛갈나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려 놓으신다. 따뜻하고 정성어린 음식이 행복의
근원이란 말이 새삼 생각이 나는구나. 엄마를 보면 요리 솜씨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고 자꾸 해보고 수정해가며 키운 노력의
결과인것이지. 엄마는 신혼초에 김치도 제대로 못 담그셨어.
그런데 요즘은 김치 달인이 되었어. 주위에서 엄마 김치가
짱!이라고 한 단다. 그러니 엄마에게 꼭 배워두거라.
말나온 김에 한가지, 엄마를 잘 부탁한다.
아빠 없는 너는 크게 걱정이 안 되는데 아빠 없는 엄마는
상상이 안되는구나. 왜냐면, 너는 아빠에게 완전한 존재이고
인격이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반쪽인 존재이기 때문이야.
오랜 시간 서로 부딪치고 다듬어지면서 겨우 하나가 됐는데
아빠가 없으면 엄마는 불완전한 반쪽이 되고 마는거지.
물론 엄마는 씩씩하고 강건함으로 아빠가 없어도 잘 살거야.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사람이다. 굳이 네가 돌보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그저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관심을 두고 그냥 주위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사랑이란
단순히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니까.
오늘은 아빠 당부가 좀 길어졌어.
항상 너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빠는 오늘도, 내일도,
아니 영원토록 이 말을 듣고 싶단다.
“Daddy, Everything is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