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
김장식, CPA
21세기 첫번째 10년대를 마감하고 두번째 10년대를 맞이하는
2020년도도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앞으로 전개될 10년을
상상해 보면 그 어느 해 보다도 절실한 마음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닥칠까 두려워 진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일전 카디오 의사 사무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다음 예약
시간을 하며 벗어둔 돋보기 안경은 챙기고 나왔는데 파킹장까지
갔다가 핸드폰을 카운트에 깜박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마켓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갑게 악수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입에서 뱅뱅 맴돌뿐, 뒷 맛이 영
개운치 않다. 한때 가라오케 18번으로 불었던 노래의 첫 소절
가사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끙끙거리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을 수록 신체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기능도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게된다. 기억력 감퇴가 가장 일반적인
증세다. 독일 법학자 Leo Rosenberg가 묘사하는 나이든
신호로 늙음과 지퍼의 밀집한 연관성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이름을 잊어 먹고, 다음엔 얼굴을, 그리곤 지퍼
올리는 것도 깜빡하고, 그 다음엔 지퍼를 내리는 것까지
잊어 먹지.”
해가 바뀌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늙어가는 길로 가는 것이리라. 해가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늙어 갈것이다. 추하게 늙지 않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열심히 운동하고 염색도 하기도 하면서 애를 쓰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내일이 젊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드는 것은
현실이고 명백한 진실이다.
그러나 나이 듦의 선물은 아무나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과 사고나 심지어 전쟁에서 일단 살아 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과연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이 노년을 함께
보낼수 있을지. 생각하면 나이 듦 자체가 얼마나 엄숙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아일랜드 작가 Oscar Wilde는 노추를 경계하자는 뜻으로
이런말을 남겼다. “노인의 비극은 늙은 것이 아니라
한때 젊었다는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