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 터미날’에서 내리면 지하상가 쇼핑몰이 있고
신세계백화점 매장이 바로나온다. 이번 서울 방문때에도 아내는 쇼핑몰로
나는 백화점몰내 반디앤루니스(Bandi/Lunis) 서점을 찾았다.
서점 자체가 넓어서 없는 책이 없을것같다.
많은 사람들이 군데 군데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서점 한 바퀴를 돌고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문구류 섹션을 돌아보는데
모나미볼펜이 눈에띄었다. 아, 모나미볼펜! 흰색 바탕에 끝이
검은 색이고 monami 153 문구도 선명했다.
50여년만의 해후라도 한듯.
우리세대는 필기구가 귀한 시대를 살았다.
붓, 연필(문화연필, 동아연필), 만년필(PILOT 한국파이로트),
잉크 찍어쓰는 펜 밖에 없을 때였다. 첫 직장에서 펜촉에 잉크를
찍어 쓰는 펜으로 사무를 보는데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 사용해본
사람이면 안다. 잉크를 찍어 쓰다보면 글씨 굵기가 고르지 않고
가끔 잉크가 쏟아져나와 기안지에 번지기 일쑤였다.
책상위 잉크병이 쏟아지는 날이면 큰일난다. 만년필을 흰와이셔츠에
폼잡고 꼿고 다니다가 잉크가 새어나서 골탕을 먹기가 한두번아니었다.
이즈음 1960년대 초반에 모나미 볼펜이 등장했다.
볼펜 자루에 새겨진 ‘monami 153 0.7’ 의 사연을 모나미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다. ‘monami’ 브랜드 이름은 당시 사내 공모로 프랑스 문학에
빠져있던 한 여직원이 ‘모나미’ (Mon Ami)를 제안하여 채택되었다한다.
프랑스어로 ‘나의 친구'(My Friend)란 뜻. ‘153’은 여러뜻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베드로가 예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요한복음 21장에서 영감을 얻어지은
153볼펜은 하나님의 뜻, 순리를 따르면 그 만큼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말한다. ‘0.7’은 글씨체의 굵기가 0.7mm라는 뜻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볼펜은 대부분 1mm굵기인데, 한글은 획이 많아
1mm굵기는 불편하기 때문에 0.7굵기로 제작되었다고한다.
오해마시라. 모나미 볼펜을 선전할 의도는 전혀없다.
50여년만의 만남(?)인데 신기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늙어서)
잊어버린것 같았는데 보는 순간 지나가 버린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기억을 없앤다 해도 먼 과거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 할 수 있는데 고마와 색갈별로 몇 케이스를 챙겨왔다
김장식 회계사
RetireBooj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