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보고 시즌이 오면 생각나는 고객이 있다.
항상 세금보고 마감날이 임박해서 자료를 들고 나타났다.
좀 서둘러 가지고 오시지요 하면 천천히 준비해야 빠짐없이
챙겨 올수 있다고 여유롭게 말하곤했다.
정말 서둘러야한다면 천천히 서두르자.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라는 말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좌우명으로 유명해 졌으며,
중세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모토이기도 했다고 한다.
영어로는 ‘Make haste slowly’ 또는 ‘Hurry up slowly’.
이말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말이다. 천천히 하다보면 서두를
수가 없고 서두르다 보면 천천히 할 수는 없는 터이니 때문이다.
그러나 그 뜻을 되새겨 보면,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첫째는 서두르되 내가 무엇을 위해서 서두르는지를 알자는 것이고
두번째,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되새겨 필요가 있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다. 어떤 위급한 경우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노라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가 있다.
나이들어 나의 과거를 되돌아볼때 한가지 회오는 은퇴준비이다.
젊을때 빨리빨리 달려오기만 하였다. 은퇴준비야 말로 ‘천천히
서둘러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아야한다. 큰 욕심 부리지말고
꾸준히 은퇴와 노후를 준비하려는 뜻이다. 20 – 30대라면
크게 서둘 필요는 없겠으나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40 -50대인 경우는 은퇴 설계, 준비는 아주 중요하다.
천천히 서둘러야 하는 시기이다. 은퇴가 가까울수록 차분하게
은퇴 후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가짐은 내 노후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다시 세금보고 시즌으로 돌아가서 올해는 4월17일이 개인세금보고
마감일이다. 세금보고를 미루고 꾸물거리는 사람을 영어로는
Procrastinator라고한다. 택스보고 마지막날 마감시간에 허둥지둥
보고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지막 순간에 연장신청도
가능하나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챙겨야 바람직하다.
‘훼스티나 렌~테~’
김장식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