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딸네가 사는 서울로 다니러갔다.
텅빈 집에 혼자 댕그랑 있으니 쓸쓸하다.
같이 지낼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대화 상대가 없어지니
불안감조차 든다.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아옹다옹 살다가
짝이 없어지니 완연히 다른 일상이 되버린다.
그래서 이참에 혼자 사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혼자서 마켓봐오기, 빨래하기, 식사후 설거지, 청소하고
쓰레기 치우기 등등. 한가지 좋은 일은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음악듣고, 책보고, 운동하고. 하고 싶고
내킬때면 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아내가 먼저 떠나버리면 혼자 살 수 밖에 없다.
어자피 홀로 맨몸으로 왔듯이 언젠가 빈 몸으로 홀로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어느덧 삶의 황혼기에 온 나는 종종 늙음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늙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그리 쉽지않다.
오늘은 외롭지 않기위해 영화를 한편 봤다.
70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뜨겁게 사랑하고 섹스도 즐기는
영화로 10여년전 개봉되었던 한국영화 ‘죽어도 좋아’이다.
두사람은 배우가 아닌 실제 동거인으로 서로 첫눈에 반해
아이들처럼 사랑하고 젊은이들 못지않는 장시간의
사실적인 섹스신이 파격적이다. 주름진 얼굴에 살이 늘어진
두노인이 발가벗고 섹스를 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다가도
그들의 순수하고 본능적인 육적 쾌감에 삶의 환희감마저
느끼게 된다. 안쓰럽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은 오랫동안
기억 될만하다.
늙으면 참 외롭다.
고독이 싫으면 활동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한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않다. 주위에 모두 같은 동갑이면 오히려
늙음이 가속화된다. 그래서 친구들 속에 5~6살 연하 친구가
한둘이 있으면 좋다고 한다. 어쨋든 늙는다는 것은 참 서러움
일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야한다.
나는 나이가 들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고
희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