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생각나는 시 한 편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계절에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다.

60여년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그 당시에 

영문학 교수이던 양주동박사께서 노천극장에 모인 

신입생들에게 들려 주었던 시이다.  영국 계관시인 

Alfred Tennyson의 82세때 쓴 The Oak (참나무)

라는 시다.  이 시는 자기집 앞에 우뚝 서 있는 한 거루의 

오크를 보며 인생을 네 계절로 나누어 읊은 시다.  

‘인생을 살되 젊은이여, 늙은이여, 저 참나무 같이,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이렇게 시작하는 시는 오크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의 사계절에 비유하여 봄엔 찬란한 산 금(Living Gold)

으로 청춘을 보내고, 여름엔 풍성하게 (Summer-rich) 인생의

중년에 비유되고, 가을은 은근한 빛을 가진금(Soberer-hued

Gold)으로 다시 인생의 장년에 비유되며, 마침내 겨울이 와서

모든 잎들은 떨어져 줄기와 가지만 남은 인생의 말년을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시인은 잎은 다 떨어져 발가벗겨

있지만 기품을 잃지 않고 굳건히 서서 적나라한 힘 (Naked

Strength)을 들어 내듯이 서 있는 오크가 인생의 말년에도

그와같이 당당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때 교수님은 이 시를 소개하면서 ‘적나라한 힘’ (Naked Strength)을 

여러번 강조하면서 당부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군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때 이 시의 오크같이 살되 말년에 노인이 되어 모든 것이 

떨어져 이 시에서의 오크같이 비록 발가벗어 가지와 줄기만 남아 

있더라도 ‘적나라한 힘’이 있어야한다. 결코 기죽지말고 당당하여라!

그 당시 신입생인 18세때 이 시를 듣고 가슴이 뛸 정도로 좋았고

지금까지 내 삶의 지표로 삼아왔다.  이 시의 오크가 우리에게 주는

인생의 교훈은 줄기와 가지만 남아 있더라도 인생 말년이 초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다 벗고 흙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굳게 

서 있는 당당한 힘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다 지나가고 이제 남은 한 달과 어느덧 인생의 겨울 

한 자락에 와 보니 그 때 노천극장에서  당부하시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모든 그의 잎은

 끝내 떨어졌다.

 보라, 그는 우뚝 섰다.

 줄기와 가지뿐,

 적나라한 힘.)

        – The O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