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마지막 거처를 어디로 할까?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질문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재정적인 준비부터 떠올리지만 ‘마지막 거처’에
대한 결정이야말로 최우선 순위에 놓고 준비해야할 부분이다.
‘노후준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난다’고 말할 정도다.
대다수 노인들은 ‘살던집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를
희망한다. 가까운 친구들과 모이고 놀이도 같이하면서 여생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이가 더 먹기전에 고령자에게 필요한
시설 및 서비스를 갖춘 실버타운을 생각해 보았다.
실버타운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시설, 여가시설등 각종 서비스
제공 시설과 주택으로 구성된 복합주거단지이며 고령자들이 집단적
혹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주거시설의 의미로 사용되며 양로원이나
요양원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종류의 시설이다.
이와같은 실버타운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아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큰 병에 걸리면 거주하기가 쉽지않다. 그 점에서
보통 집과 비슷하다.
실버타운을 두고 반은 천국, 반은 지옥이라는 말도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79세 히라노씨의
실버타운 생활수기이다. 도쿄 토박이인 그는 새로 생긴 럭셔리
실버타운에 갔다가 한눈에 반했다. 사실상 아내와도 별거 상태라
결정도 빨랐다. 히라노씨가 선택한 실버타운은 경치좋고 의료 서비스도
잘 되어 있는 만 60세 이상만 입주가능한 노인 전용 거주 시설이었다.
입주자들의 평균나이는 75세. 대부분 입주자들은 침대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노쇠한 환자들 아니면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노인들이었다. 히라노씨 처럼 70대이면서 건강한 노인은
많지 않았다.
부와 연륜을 쌓으며 성공한 인생을 일군 엘리트들과 지적인 대화를
기대했지만 허무한 착각으로 끝나버렸다. 공통화제나 관심사를
찾았지만 헛사였고 끝없는 전직, 재산, 자식 자랑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유명셰프가 요리한 삼시세끼가 제공됐지만, 진수성찬도 하루 이틀이지
질려서 매일 먹긴 힘들었다. 방에 틀어박혀 외롭게 지내는 날이 늘었고,
우울증이 찿아 오기 시작했다. 결국 히라노씨는 2년동안의 실버타운
생활을 청산하고 도쿄로 유턴 했다.
고독과 완만한 죽음이 있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화려한 무덤가에 사는 것
같다. 아름다운 꽃도 같은 종류만 모이면 질린다. 섞여 있어야 아름답다.
아무리 예쁜 꽃병이라고 시들어 버린 꽃들만 가득 꽃혀 있으면 추하고
서글프다. 실버타운에서 그런 걸 느꼈으리라.
결론적으로 이렇게 맘을 먹었다.
그 동안 살아오던 동네에서 살면서 친한친구들과 모여 외식도 함께하고
놀이도 같이하며 Aging in place를 하자. 가끔 마눌하고 단둘이 1박2일로
여행을 훌쩍 떠난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김장식, 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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