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후아나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협력업체 A회장님은
지인들과 만나 회식을 하던지 골프를 칠 때면 농담도 잘하고
좌중을 휘어 잡는 카리스마도 있었다. 그런데 집에 갈려고
차를 타는 순간부터 곁에 앉은 부인에게는 말한마디 없고
집에 가서도 그렇게 무뚝뚝하다고 했다.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평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행동은 ‘다정한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 했으며 주변에서는 그런 남편을
두어 얼마나 좋으냐는 부러움 섞인 말을 많이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인은 표정관리하기가
쉽지않았다. 밖에서의 남편 모습이나 행동이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었다.
집에서의 남편은 세상없이 무뚝뚝한 사람이었고 말을 섞기도,
감정적으로 교류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밖에서 하는 만큼만 집에서 해보라고 불평을 해봐도 남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남편되는 A회장님은 왜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가 있다.
연극에서 가면을 쓰고하는 자신의 역활을 ‘페르소나‘ (persona)
라고 한다. 이 ‘페르소나‘라는 단어의 어원은 얼굴, 모양, 또는
배우가 쓰는 가면을 의미하는데 어원적으로 한명의 배우가 몇
개의 가면을 쓸 수 있는것처럼 친구, 가족, 연인등의 가면을
바꾸어 쓰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상황에 따른 가면을 쓰고 산다 하더라도 한결같은 마음 상태와
행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페르소나‘로 이중 역활을 하는 남편의 태도를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한 심장병 환자가 건강한 독신자보다 4년
정도 더 오래 살았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배우자와의 좋은
관계는 나의 건강한 노후를 가지고 온다. 일부러라도 대화의
시간을 정하고, 집을 떠나 가까운 카페에서라도 가서 새로운
공간을 찿아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권해 보고 싶다. 은퇴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작성해보는 건 어떨까.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같이, 혼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려 노력해 봄도 어떨지.
그리고 올해의 밸런타인즈데이(2월 14일)에는 서로 연인으로
돌아가 보자. 부부도 처음에는 연인이었다.
결혼과 함께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만 남고 연인은 사라진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부부에서 연인으로 되돌아가는 훈련의
첫단계를 ‘기억하라‘로 꼽았다. 첫 데이트에서 서로에게
잘보이려고 얼마나 애씃던지 기억하자.
그리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세말을 하는것 잊지말자.
밖에서는 유머 넘치는 사람으로, 집안에서는 한없이 뻣뻣한
남편으로 행세하던 A회장님도 고인이 되셨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부인께서 한 말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찡하게 남아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힘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