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2백년전 작곡한 음악을
이어폰하나로 간단히 들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하고
축복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오래살고 볼일이다. 70년전
세대가 이런 축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중학생 때 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형님댁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축음기에 음반하나를 놓고 음악을 틀었다.
손으로 테이프를 감아 턴태이블을 돌린후 바늘을 꼿고
레코드판을 올려 돌리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바이올린 협주곡이였다. 생전 첨듣는 곡이 었지만
신기하고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음색이 너무 좋아 그냥 자꾸
듣기만 했다. 바이올린 선율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몇날 며칠을
그 멜로디에 사로 잡혀, 그 멜로디가 가슴속에 계속 울리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후 그 음악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내가 듣던 그 레코드
(1940년녹음)는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가
지휘한 NBC심포니였고 바이올린 주자는 야사 하이페츠
(Jascha Heifetz 1901-1987). 이런 계기로 오늘까지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 졌고 가난했지만 음악하나로 행복했던 시절이
상기된다. 요즘은 영상시대이니 만큼 유투브를 통해
연주자의 모습을 보며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가들의 사랑…..
얘기를 해보라면 대부분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 클라라 비크(Clara Wiek 1819-1896)의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스승의 딸이었던, 자신보다 9살어린
16세의 클라라를 사랑했던 슈만은 장인이자 스승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3년의 소송끝에 마침내 결혼을 하게된다. 슈만이 결혼식 전날
자기의 뜨거운 마음을 알리기위해 작곡한 곡이 성악곡 ‘헌정‘이다.
이 헌정(Widmung) 은 그의 연가곡 ‘미르테의 꽃‘ 작품번호 25의
26작품중 첫번째 곡이다.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청혼하며
결혼 선물로 바친 노래로 유명하다.
불후의 명곡을 남긴 그들의 삶도 결국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독과 번뇌를 겪으며 고통스러워하기도, 사랑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헀던 그들은 감정과 경험을 오선지위에 표현해 냈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것이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수고한 모든분들에게 슈만의 ‘헌정‘을 선사한다.
슈만의 클라라에 대한 절절했던 마음을 느끼며….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고통
당신은 나의 세계, 그 안에서 나는 산다네.
나의 하늘 당신, 그 속으로 나는 날아가네.’
(하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