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샌디에이고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거의 매일 듣고 있다. 그 분들
중에는 나의 이웃으로 수십년을 함께했던 이들도 있다.
20여년전 삼성협력업체 최초의 한국기업으로 티후아나에
진출했던 Y회장, 거의 매주 함께 골프를 쳤던 K사장, L선배,
Y후배. 이민1세로 교회에 헌신하며 열심히 살아오셨던 P, L,
Y 장로님들. 이런분들을 생각하면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인생을 완성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덕망은 장례식 다음에 향기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죽은 다음에야 그 사람의 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앞서 가신분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추도사(Eulogy)를
듣다가 보면 남의 일처럼만 여겨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죽음 뒤의 자신을 그려 보는 일이 무겁게 다가온다.
당신의 장례식에서는 어떤 말들을 할까?
당신은 어떤 말들이 들리기를 원하는지?
추도사를 마음에 두고 매일 산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가?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David Brooks는 두 종류의 덕목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이력서를 돋보이게 하는 덕목(Resume
Virtue)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언급되기를 바라는
덕목(Eulogy Virtue)이다. 두 덕목이 가끔 겹쳐지기도 하지만
서로 다르게 보일때가 많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언제나
추도사쪽의 덕목을 선택하라고 한다.
은퇴후 나의 이력서(Resume)는 고정되어 있다.
이제는 스펙을 쌓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되었고,
아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날 장례식에서 언급
되기를 바라는 덕목은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쌓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우리들 대부분은 이력서
덕목을 키울려고 정성을 다 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늣지
않으니 추도사 덕목을 경작하는데 더 많은노력을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 대학 농구계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미국인들의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받는 John Wooden(1910 – 2010)은 이런
명구를 남겼다.
“명성보다는 자신의 인격에 관심을 두라. 왜냐하면, 인격은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성은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Be more concerned with your character than with
your reputation. Character is what you really are;
reputation is merely what you are perceived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