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꿨는데 코로나19 펜데믹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친지는 물론 자녀들 가족 마져도 격리하고 서로 만나기를
자제하는 요즘이다. 지난해 연말, 연시에는 파티같은 모임도
없었고 새해에는 손주들도 페이스 타임으로 세배를 대신했다.
연초에 마운틴뷰에 사는 딸네로부터 엄마가 만든 김치, 깍두기
먹고 싶다고 오더가 왔다. 직접 만날수가 없으니 FedEx로
보내는 수 밖에.
서양 음식에 길들려진 여기서 태어난 자녀가 성장하면서
점점 우리 음식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 속에 흐르고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이 짙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음식을 통해서나마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다. 그런데 연초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과 기사를 읽고 눈을 번쩍 떴다.
지난 1월3일, 117대 연방하원의원 선서식에 한복을 입고
선서를한 여성의원이 눈에 띄었다. 워싱턴주에서 당선된
Marilyn Strickland (한국명: 순자) 하원의원이었다.
“한국계 여성의원이자, 아프리카계 여성의원으로서,
한국과 내 어머니 유산일뿐만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 나라를 기념하는 상징성 때문에 한복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주한 미군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만 두 살이 되기 전 미국으로
왔다고 한다. 한국과 내 어머니 유산 상징성 때문에
한복을 입었다고 말한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후 3일이 지난 1월6일 수요일, D.C.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사당 Capitoal 건물에 난입, 기물을
파괴하고 사망자들을 낸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상도 못할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와 닿았다. 이건,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야!
이민 1세인 우리는 떠나와 사는 자들이다.
한마디로 고단한 자들이다.
미국 이민 시대 초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항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되는 ‘자유의 여신상‘
(Statute of Liberty)은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기회의 상징물이다. 오늘따라 이 여신상
밑에 새겨있는 엠마 라자루스 (Emma Lazarus)의 시가
유독 기억된다.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숨쉬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너의 풍성한 해안가의 가련한 사람들을
폭풍에 시달린, 고향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황금의 문 곁에서 나의 램프를 들어올릴 터이니!’
‘Give me your tired, your poor,
Your huddled masses yearning to breathe free,
The wretched refuse of your teeming shore.
Send these, the homeless, tempest-tossed to me,
I lift my lamp beside the golden door!’